"강아지, 돈, 나무, 손, 물, 녹차, 시작, 모니터, 날개, 노트" 를 사용한 습작 글
캄캄한 방 안에 모니터의 불빛이 끊어질듯 점멸하고 있다.
고목나무가지 같은 앙상하고 쭈글쭈글한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커다란 방안을 음험하게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모니터 옆에는 고급 녹차가 뜨거운 김을 내고 있었다.
모니터의 하얀 바탕에는 “아주 먼 옛날 내게는 천사가 내려왔었다.” 라는 글귀가 적혀져가고 있다.
50년 전,
나는 단지 물로 배를 채울 수밖에 없는 가난한 공장 노동자이다. 매일같이 14시간씩 일을 했고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내가 받을 수 있는 것은 감옥과도 같은 2평 정도의 몸을 뉘일 곳뿐이었다.
고된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은 누군가에게 받은 낡은 노트에 연필에 침을 묻혀 꾹꾹 허황된 바램들을 쓸 때였다. 나는 단지 행복해지고 싶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 일과가 끝나 지친 몸을 끌고 숙소로 돌아오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하얀 날개가 아름다운 새를 한 마리 주웠다. 마치 구원과도 같은 날갯짓으로 내게 내려온 그 새를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숙소로 데려갔다.
그 이후 새는 내가 일을 하러 나가는 것과 동시에 창문으로 날아갔다가 밤이 되면 다시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나갔다가 돌아올 때마다 돈을 토해주었다. 나는 이제 하얀 쌀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모아둔 돈으로 나는 공장을 나와 아주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 아주 작은 사업은 점점 번창해갔고 새는 여전히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돈을 토해주었다. 나는 이제 마음껏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작은 사업은 번듯한 회사가 되었고 회사는 점점 덩치를 불려갔다. 나는 이제 큰 집을 가지게 되었고 돈도 여자도 넘쳐났다. 새는 여전히 내 곁을 떠나지 않았지만 더 이상 돈을 토해주지 않았다. 아름다운 우리 안에 갇힌 새는 한쪽 날개가 잘린 채로 슬피 울었다.
물로 배를 채우던 나는 이제 커다란 의자에 몸을 묻고 여유롭게 고급 녹차를 마시게 되었다. 새는 아직도 여전히 슬피 울고 있었다.
모니터 옆에 놓인 녹차는 이제 차갑게 식어있었고 노인은 의자에 몸을 묻은 채로 잠들어있었다. 그가 잠든 사이 커다란 집, 넓은 정원에 심어진 커다란 나무 밑에서 그가 기르는 강아지가 무언가를 파내고 있다. 축축한 흙속에 잠자고 있던 깃털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깃털은 엉망진창으로 흙에 뒤섞여 있고 강아지가 떠난 나무 밑에는 부패하여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앙상한 손만이 남아있었다.